단편 기묘한 이야기
오전 3시 14분
남매 사이는 원래 크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다지만, 나와 누나는 조금 유난스러웠다.
다섯 살 터울인 누나는 어릴 적부터 내게 엄마 같았고, 나는 그런 누나가 유독 각별했다. 서울에서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누나와, 지방에서 프리랜서로 재택 근무를 하며 부모님을 챙기는 나. 서로 각자 살기 바빠 연락이 뜸해질 때 쯤이면, 누나는 어김없이 카카오톡으로 별일 없는지 물어오곤 했다.
패턴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보름 전이었다.
그날도 누나에게서 톡이 왔다.
[누나]: “도진아, 요즘 잠은 잘 자고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마.”
늘 평범한 안부였다. 그런데 그날 밤, 자다 깨서 확인해 본 스마트폰 속 누나의 메시지 전송 시각이 이상했다. 새벽 3시 14분.
낮에는 공방 일로 바빠 밤늦게나 연락하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문제는 그 다음 날이었다. 똑같이 새벽 3시 14분.
[누나]: “밥은 꼭 제때 챙겨 먹어. 인스턴트 그만 먹고.”
소름이 돋은 건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새벽 3시 14분 정각에 또다시 톡이 울렸다.
[누나]: “오늘 날씨 쌀쌀하더라.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 연결음만 길게 울릴 뿐, 누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서야 누나에게서 카톡이 한 통 왔다.
[누나]: “야근하다 잠들었어. 왜 전화했어?”
안도감이 들면서도 묘하게 찜찜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해도, 어떻게 사흘 연속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새벽 3시 14분에 메시지를 보낼 수가 있을까? 마치 알람이라도 맞춰둔 것처럼 말이다.
주말이 되자 참지 못한 나는 누나의 공방이 있는 서울로 올라갔다.
오후 2시쯤 공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나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웬일이야~ 동생이 서울 왔으니 이 누나가 밥 살게.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올라왔어?”
평소와 다름없는 누나의 목소리, 따뜻한 온기. 얼굴을 보니 며칠간 나를 괴롭히던 불안감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서로 안부를 전하며 난 궁금한 것을 더 물었다.
“그냥, 얼굴 좀 보려 온건데. 누나 요즘 많이 바쁜가 봐. 새벽 3시 넘어서도 깨어있고 그러던데.”
누나가 숟가락을 들려다 말고 멈칫했다.
“새벽 3시? 내가? 그럴리가.., 나 요즘 11시만 되면 잠드는데~. 아침형 인간 된 지 오래인데?”
“에이, 거짓말하지 마. 사흘 연속으로 새벽 3시 14분에 톡 왔었잖아. ‘밥 잘 챙겨 먹어라’, ‘옷 따뜻하게 입어라’ 하면서.”
누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밥그릇을 내려놓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진아…… 난 그런 톡 보낸 적 없어. 그리고 애초에 그 시간엔 난 늘 깊이 자.”
“누나 폰 꺼내봐. 예약 전송 기능이라도 켜져 있나 보게.”
나는 누나의 핸드폰을 빼앗아 카카오톡 채팅창을 열었다. 정말로 내게 온 그 메시지들은 누나의 화면 속 ‘내 채팅방’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나가 보낸 기록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오싹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그럼… 내 핸드폰으로 온 카톡은 누나가 아니라는 거야?”
누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스마트폰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대화하던 채팅방의 맨 위, 프로필 사진을 멍하니 응시했다.
“도진아… 이거 네 핸드폰이지?”
“응, 당연하지.”
“네 프로필… 언제 이런 걸로 바꿨어?” “이 시계는 뭐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내 폰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며칠 전 찍은 셀카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누나의 폰에 뜬 내 프로필은 달랐다.
그것은 내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는 셀카가 아니라, 내 방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나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고, 나를 감싼 누군가의 손목이 살짝 걸쳐져 있었다. 손목에는 내가 어릴 때 누나에게 선물했던 낡은 가죽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정확히 새벽 3시 14분이었다.
등 뒤로 소름이 돋아 미칠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핸드폰에 알림이 뜨며 새로운 카톡이 왔다.
[누나]: “도진아, 지금 니 앞에 있는 거… 나 아닌데.”
[누나]: “빨리 집으로 와… 기달릴께”
[누나]: “빨리 집으로 오라니까…”
[누나]: “집에 엄마 혼자 있는데…”
[누나]: “집에 엄마 혼자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