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대나 부대괴담은 많다. 이 부대괴담 또는 실화는 파주의 한 부대에서 군 복무시절 겪었던 이야기다.
우리 중대가 관할했던 3번심정 초소는 막사와 멀리 떨어진 부대 끝자락에 있었다.
초소는 예전 시골 군부대에서 흔히 보던, 기둥을 높게 세워 초소를 올려놓은 그 형태였다. 초소 주변으로는 밭과 묘지 몇 기가 있었고, 저 멀리 독립가옥 몇 채만 듬성듬성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 군부대 주변이다. 그 초소 맞은편으로는 비탈진 야산이었는데 바람이 불 때면 산자락 나뭇잎들이 흩날리는 소리가 유독 음산하게 들리곤 했다.
내가 이등병 때부터 들었던 소문은 야밤엔 초소 근처 묘지 주변에 도깨비불을 봤다는 말이 무성했었다. 하지만 병장이 되고 나서도 한 번도 도깨비불을 본 적은 없었고, 다른 초소 대비 많이 떨어져 있고 분위기만 음산할 뿐 그동안 딱히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던 곳이었다.
그날까지는 말이다.
중대 훈련과 잔류 병력 새벽 근무
그 시점은 우리 중대만 국지도발 훈련을 나간 날이었다. 중대가 비어 있다 보니 훈련에서 제외된 일부 인원과 나를 포함한 말년 병장들 구성으로 훈련기간 동안 줄기차게 교대로 경계 근무를 서야 했다. 평소보다 한산한 막사는 평화롭고 편안했지만 잦은 교대로 인한 수차례의 환복은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오늘은 빠른 새벽 근무 한 타임만 하면 막사로 아침까지 쭉 잘 수 있는 일정이라 괜찮았다. 몸이 편한 시기라 잠이 오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하던 때 부사수가 와서 근무시간 다 되어 간다고 말해준다. 지통실로가서 탄창을 지급 받고 부사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초소 위에서도 상병인 부사수와 나란히 서서 앞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이 빨리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쓰잘데기 없는 말들로 한참 대화를 이어가던 중,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퉁…………….퉁………….
누군가 밑에서 초소를 받치고 있는 쇠기둥을 나무통으로 묵직하게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말을 멈추고 부사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잠깐, 조용해봐. 밑에 뭐 있나?”
둘 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자, 거짓말처럼 소리가 딱 끊겼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부사수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대화 소리가 얹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퉁.
……퉁.
………퉁.
소리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정확히 들린다. 착각이 아니었다.
더 소름이 돋았던 건, 그 소리가 한 곳에서 나는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 초소를 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순서대로 치고 있는 것처럼, 소리의 위치가 기둥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정적, 그리고 철제 계단
내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본 부사수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 인지를 했을 것이다.
내가 밑을 한번 확인해 보라는 듯 신호를 보내자, 부사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아 겁나서 못 보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우리는 밑을 내려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아무 말도 없이 그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람에 나뭇잎 쏠리는 소리인지, 나뭇잎을 밟는 발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소리는 천천히 가까이서 들렸다. 교대 시간은 아직 남아 다음 근무자가 벌써 올 일은 없었다.
우리는 혹시 그 무언가가 아니면 순찰자가 올 수도 있기에 초소로 연결된 철제 계단으로 올라오는 것은 아닌가 싶어, 숨도 제대로 못 쉰 채 계단 쪽만 뚫어져라 주시했다.
다행히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더 이상의 소음도 나지 않았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까보다는 훨씬 낮춘 목소리로 부사수와 “아까 소리 들었어?” 하며 소곤거렸다. 어느덧 교대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계단을 내려가 다음 근무를 온 병장 동기와 부사수를 만났다.
“아까 밑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귀신 나오는 줄 알았다”
“웃기고 있네. 빨리 가서 자라!”
우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서로 웃어 넘기며 교대를 마치고 내무실로 복귀했다.
아침 기상
단순 해프닝으로 까맣게 잊고 푹 자다 스피커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기상나팔 소리에 깨서 담배를 피러 나갔을 때였다.
막사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새벽에 5분 대기조 출동했답니다.”
“새벽에 3번심정 근무자 신고로 5분 대기조가 출동했는데 별일 없었답니다.”
우리 이 후 타임으로 들어갔던 근무자들의 신고로 지통실에서 타중대 5분 대기조를 출동 시켰던 것이다.
“누가 초소 기둥을 치고 있다고 신고했답니다.”
그럼 정말 그때 기둥을 치던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인 것인가….
지금 다시 떠올렸을 때는 그 이후 누가 신고를 한 건지 신고자는 어떠한 소리를 들었는지 대화했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것은 그 소리를 들었을 때의 상황과 우리가 한 행동이다.
그리고 한가지가 더 있다면 그 다음날 생각이 든 “아~ 이런 걸로도 5분 대기조가 출동하는구나~였다.”




